취미가 업이 되기까지
라켓 한 자루가 바꾼 인생 — 비비테니스 대표

체대 입시학원 원장이었던 그는, 마흔이 넘어 처음 라켓을 잡았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스윙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취미가 진심이 되고, 진심이 마침내 하나의 공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체대 입시학원 원장, 라켓을 들다
그를 처음 만난 건 늦은 오후, 조명이 하나둘 켜지던 실내 코트에서였다. 스무 해 가까이 체대 입시학원을 운영해 온 그는, 수많은 학생들의 땀과 좌절과 합격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실기 시험을 앞둔 아이들에게 그는 늘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몸을 써라. 운동은 사람을 바꾼다."
정작 자신은 오랫동안 책상과 상담실 사이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한테는 운동이 인생을 바꾼다고 말해놓고, 저는 정작 라켓 한 번 제대로 안 잡아봤더라고요." 마흔을 훌쩍 넘긴 어느 날, 지인의 손에 이끌려 그는 처음으로 코트에 섰다. 그저 "한 번 쳐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한 번이었다.
취미가 진심이 되던 순간
처음엔 공이 라켓에 맞지도 않았다. 헛스윙만 수십 번. 체육을 업으로 다뤄온 그였지만, 테니스는 완전히 다른 언어였다. "내 몸이 내 말을 안 들으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학생들이 안 되는 동작을 붙잡고 있을 때 심정이 그제야 이해가 됐어요."
그날 이후 그는 새벽 코트를 찾기 시작했다. 학원 문을 열기 전, 아무도 없는 코트에서 벽치기를 하고 서브를 넣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이 세 번이 되고, 어느새 매일이 되었다. 취미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일이 끝나면 코트 생각, 자기 전에도 코트 생각. 이건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구나 싶었죠."
"내 몸이 내 말을 안 들으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0.1초, 스위트스폿의 마법
그를 사로잡은 건 단 한순간이었다. 라켓의 정중앙, 스위트스폿에 공이 정확히 얹히던 그 감각. "손에 아무 충격이 없어요. 공이 라켓을 통과하는 것처럼 쭉 뻗어나가는데, 그 0.1초가 하루의 피로를 다 씻어주더라고요."
그는 그 감각을 "중독"이라고 표현했다. 나이도, 직함도, 학원의 골치 아픈 일들도 코트 안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네트 너머로 공을 넘기는 그 단순한 행위가, 복잡한 일상을 가장 명료하게 정리해 주었다. "코트에선 다 내려놓게 돼요. 오직 공하고 나, 둘뿐이니까."
"그 0.1초가, 하루의 피로를 다 씻어줘요."
코트를 짓기로 결심하다
문제는 코트였다. 치고 싶은 만큼 칠 코트가 늘 부족했다.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였고, 실외 코트는 날씨에 휘둘렸다. "새벽에 겨우 잡은 코트가 비 온다고 취소되면, 그날 하루가 다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엉뚱한 결심을 했다. "없으면 만들자." 주변에선 다들 말렸다. 멀쩡한 학원 놔두고 무슨 코트냐고. 하지만 그는 이미 마음을 정한 뒤였다. 부지를 알아보고, 실내 구조물을 세우고, 바닥을 깔았다.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 꼼꼼함으로, 이번엔 자신의 코트를 설계했다. 그렇게 비비테니스가 세상에 나왔다.
"없으면 만들자. 그렇게 코트를 짓기 시작했어요."
아내를 위한 볼 머신
비비테니스에는 유독 아끼는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볼 머신이다. 사연을 묻자 그가 쑥스럽게 웃었다. "제가 하도 코트, 코트 하니까 아내가 궁금했나 봐요. 같이 쳐보자고 했는데, 초보끼리 랠리가 되나요. 공만 줍다 끝나죠."
그래서 그는 아내를 위해 볼 머신을 들여놓았다. 일정한 속도로, 일정한 코스로 공을 뿌려주는 기계. 아내가 부담 없이 스윙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혼자서도 얼마든지 연습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지금은 저보다 폼이 더 좋아요, 진짜로."
비비테니스라는 공간
비비테니스는 화려하지 않다. 대신 단단하다. 24시간 언제든 열려 있고, 냉난방이 완비돼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쾌적하다. 바닥은 그가 직접 발로 밟아보며 고른 것이고, 조명은 공이 가장 잘 보이는 각도로 배치했다.
"화려한 것보다, 치는 사람이 온전히 테니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군더더기 없이 테니스에만 몰입할 수 있는 곳이라고. 원장으로서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기에, 코트 역시 그렇게 설계했다.
그가 꿈꾸는 테니스
인터뷰 말미,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잠시 코트를 바라봤다. "거창한 건 없어요. 그냥, 저처럼 마흔 넘어서 라켓 처음 잡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잘 못 쳐도 괜찮은 곳."
취미가 업이 되기까지, 그는 한 번도 서두르지 않았다. 헛스윙에서 시작해 스위트스폿을 찾고, 코트가 없어서 코트를 짓고, 아내를 위해 볼 머신을 들이기까지. 모든 순간이 테니스를 향한 진심이었다. "라켓 한 자루가 제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은 몰랐죠." 조명 아래, 그의 라켓이 다시 한 번 공을 정확히 통과시켰다. 그 익숙한 0.1초의 감각과 함께.
- 공간
- 실내 정규코트 · 냉난방 완비
- 운영
- 24시간 · 주차 가능
- 특징
- 초보 배려 · 볼 머신 상시 이용